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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한 ‘반반’이란 이름의 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입양 당시 반반은 깡마르고 눈빛엔 불안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제 곁을 지키며 동물과 인간 사이의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대만 타이베이시 중산구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 포TJ미디어 주식
애니멀스 콘퍼런스’ 개막식에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600여명의 참석자 앞에서 ‘퍼스트 도그’ 입양 사연을 공개했다. 반반(斑斑)은 덫에 걸렸던 상처로 앞다리를 절단한 장애견으로, 라이 총통은 지난해 핑동현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반반을 입양했다. 당시 그는 “동물에게 친절한 국가가 곧 문명국”이라며 동물복지 의지를 드러냈는데, 이날 개막식에선 대만이 지난 제이앤케이히터
2017년 공립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전면 금지한 것을 주요 성과로 꼽으며 “이번 콘퍼런스는 대만이 국제적인 동물보호 무대에 첫발을 떼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추켜세웠다.



지난달 26~28일 대만 타이베이시 중산구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 포 애니멀스 콘중국주식정보
퍼런스’에는 전 세계 30개국에서 온 비영리단체 활동가, 연구자, 정부·산업 관계자, 언론인 등 600여명이 참가했다. AfA 콘퍼런스 제공


그가 의미를 부여한 이번 행사는 ‘아시아동물연합’(AfA)이 2년마다 개최하는 국제회의로, 올해는 대만동물학대방지협회 등 대만 동물단체들이 주최하고 대만 농업올쌈바
부가 주관해 지난 26일~28일 타이베이시에서 진행됐다. ‘아시아 동물 콘퍼런스’라지만 행사에는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 휴메인월드포애니멀스, 세계동물보호협회 등 영국·미국 등에 기반을 둔 단체들도 참여해 세계 최대의 동물보호·동물권 옹호 네트워크로 여겨진다. 올해 행사에도 30여개 나라에서 비영리단체 활동가, 연구자, 정부·산업 관계자, 언론인 600여명주식10만원
이 참가했다.
컨퍼런스는 올해 ‘성찰과 경계 허물기-동물보호를 위한 접근’이란 주제로 유기동물 관리, 농장동물 복지, 야생동물 보전, 수생동물 복지 등 30여개 회의가 빼곡히 진행됐다. 회의장은 쉬는 시간에도 질문하고 토의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국에서 참여한 활동가들은 시간이 겹치는 강연을 들으려 시간표를 짜 분담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콘퍼런스 시작 하루 전인 25일엔 다양한 워크숍이 열렸다. 아시아동물연합은 여러 동물 문제에 대응하려 다국적 실무그룹을 운영 중인데, 지난 2년간 활동 성과와 문제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예컨대 이들은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동물학대 콘텐츠에 대응하려 세계 최초로 ‘소셜미디어 동물학대 연합’을 운영한다. 또 농장동물, 마카크원숭이, 생크추어리(보호구역)·보호소 등 다양한 연합이 존재한다. 아시아동물연합이 스스로를 “지난 20년간 동물복지 정책과 실천을 선도한 강력한 네트워크”라 자부하는 이유다. 2000년 창립 이후 아시아동물연합에는 전세계 400여개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 28일 ‘제14회 아시아 포 애니멀스 콘퍼런스’를 공동주최한 대만 동물단체 대만동물학대방지협회 코니 치앙 대표가 대만의 개·고양이 식용 종식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올해 행사가 우리처럼 개식용 문화가 있던 대만에서 열린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만은 지난 2017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아시아 최초로 개·고양이 도살·판매·구매·섭취를 법으로 금지했다. 이달부턴 개만 해당된 반려동물 등록 의무를 고양이까지 확대한다. 지난해 2월 ‘개식용 종식법’이 제정돼 2027년 2월부터 개 사육·도살·유통·판매가 금지되는 우리나라보다 시기상 앞설 뿐 아니라, 처벌 범위나 벌금도 강력하다.
개·고양이 식용 금지 이후 대만 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 이번 콘퍼런스를 공동 주최한 대만동물학대방지협회 코니 치앙 대표는 한겨레에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이 엄청나게 개선됐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대만의 모든 슈퍼마켓에서 ‘케이지 프리’(사육장에 가두지 않은 닭이 낳은) 달걀을 구매할 수 있고, 동물원의 ‘동물 공연’도 금지됐다”고 전했다.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복지가 보장되자 동물복지 논의가 농장동물과 실험동물, 전시동물에까지 확장된 것이다.
집단 사육·도살·유통이 이뤄지는 우리나라의 ‘농장형’과 달리, 대만의 개 식용은 주로 가정에서 기르던 개를 도살하거나 업자들이 길거리에서 개를 포획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런데도 개·고양이 도살·식용을 완벽하게 금지하기까지 10여년 동안 수차례 법을 개정해야 했다.



2000년 창립한 아시아동물연합에는 AfA 전 세계 400개 비영리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연합은 콘퍼런스 개최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동물 문제에 상시로 대응하기 위한 다국적 실무그룹을 운영 중이다. 콘퍼런스 제공


이 과정에서 비영리단체의 활동이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치앙 대표는 “20년 전만 해도 대만 시민들은 털이 엉망으로 엉킨 개들이 거리를 배회해도 무심했다. 무지가 학대로 이어졌던 것”이라 회상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교육하면서 대중의 인식이 개선됐고 결국 정책에도 반영됐다”고 했다. 그가 “이번 콘퍼런스처럼 동물단체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민을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동물권행동 카라가 유기동물 보호센터 개선 방안과 농장동물 복지 개선, 한국의 개 식용 종식 등을 주제로 발표자로 참여했다. 한겨레 애니멀피플은 2019년 기획취재 과정을 담은 ‘반려산업의 실체’를 소개했다.



지난달 28일 제14회 아시아 포 애니멀스 콘퍼런스에 참가한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가 ‘농장동물 복지 개선을 위한 캠페인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AfA 콘퍼런스 제공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우리나라가 ‘동물복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며 동물이 감응력(Sentience)를 지닌 존재라는 것을 명시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는데, 여러 나라 활동가들이 여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이상경 휴메인월드포애니멀스 팀장은 “동물보호 운동은 결코 혼자 하는 싸움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함께 연대하는 여정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타이베이/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