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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너무 욕을 많이 먹다 보니, '내가 뭘 그렇게 화나게 만드는 걸까' 고민한 적도 있어요. 해답을 찾았냐고요? 글쎄요. 제가 그만하라고 울지 않아 그런 거 같아요.(웃음)"
20만 여행유튜버이자 14만 경제유튜버, 명상지도전문 강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그를 칭하는 직함은 여럿이지만 그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혼자 사는 삶'이다. 특기가 "혼자 살기"라는 인플루언서 신아로미는 지난해 4월 발간한 책, '혼자서도 잘 사는 걸 어떡합니까'를 통해 더욱 알려졌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도 큰일 안 나더라고요'를 내걸고 운영 중인 그의 유튜브 채널 정체성을 책으로 옮겼는데, 미혼 가구가 늘어나면서 크게 주 공무원급여 목받았다.



/사진=신아로미 제공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선보이는 영상과 책의 키워드만 보고 "비혼주의자가 기혼자를 조롱한다"는 오해받기도 했다. 큰 관심을 받은 만큼, "크게 욕도 먹었다"는 신아로미는 최근 해당 에 가계대출금리인하 세이가 영국의 유력 출판사인 펭귄 퍼블리싱 그룹 산하 트랜스월드와 약 1억원 규모의 선인세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더 주목받았다. 악플러들에겐 단호하게 대처하던 신아로미지만, 얼굴을 마주한 그는 잘 웃고, 솔직한 입담의 소유자였다. 처음 에이전시의 연락을 받았을 때를 묻자 "사기인가 싶었다"고 답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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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아로미 제공


"현재는 한강 작가님이 다른 에이전시로 가셨지만, 처음 연락받고 찾아봤을 땐 한강 작가님, 신경숙 작가님 등 한국의 유명 작가님들이 다 계시더라고요. '나한테 왜 이럴까' 싶은 거예요. (웃음) '내 책은 소설도 아니고, 혼자 개인대부업자 사는 얘기인데 왜 관심을 가질까' 싶어서 이상했죠."
그의 저서 '혼자서도 잘 사는 걸 어떡합니까'는 책뿐 아니라 영상화 판권까지 함께 논의 중이다. 에이전시 대표는 신아로미를 '문학계 테일러 스위프트', '한국의 브릿짓 존슨'이라고 칭할 정도로 주체적인 그의 삶과 에세이를 극찬해왔다. 신아로미는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지만, 우량저축은행이란 제가 전문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련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닌데 생각지도 못한 큰 계약을 하게 돼 감격스러웠다"며 "계약이 완료됐다는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다. 감격의 눈물이었다"고 했다.



/사진=신아로미 제공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다 만난 남자친구와 커플 채널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7년째 유튜버로 사는 신아로미다. 연인과 각자의 인생을 응원하며 헤어진 후 혼자 하는 여행과 일상을 공개해 온 신아로미에게 "책을 내 보자"는 제안이 왔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 3년 만이었다. 하지만 인쇄물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4년의 세월이 걸렸다.
"출판사에서는 '어떤 책을 써도 상관없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막상 쓰려니 '쓰고 싶다'는 열망만 있을 뿐, 구체적인 뭔가가 없더라고요. 진도가 너무 안 나가서 어느 순간에는 '왜 써야 하나' 하고 쓰지 않았어요.(웃음) 그렇게 부채감만 쌓인 채로 세월만 가던 차에, 혼자 사는 걸 내세운 콘텐츠를 올렸더니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전에 쓰던 걸 접고 아예 처음부터 다시 썼어요. 생각이 정리되니 3달 만에 다 써 지더라고요. 목차까지 다 기획해서 출판사에 전달해 드렸더니 놀라시더라고요."



/사진=신아로미 제공


책에는 그의 영상에서 공개한 일상이 그대로 담겼다. 혼자 여행하고, 집을 가꾸고, 농사도 짓고, 요리도 해 먹고, 사회화를 위해 요가를 배우러 다니는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하루하루에 대한 기록들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발적인 책 제목과 함께 그의 영상 콘텐츠가 동시에 주목받으면서 공격적인 반응도 쏟아졌다.
"제가 시골에 살고 있다 보니 평소 일상은 평화롭고 잔잔해요. 그런데 휴대전화를 열어서 콘텐츠를 보러 가면 댓글로 싸우고 있어요. 온라인과 현실, 두 세상을 사는 느낌이었죠. '왜 이렇게까지 나에게 화를 낼까' 싶기도 했어요. 난 결혼한 사람들을 봐도 화가 안 나는데, 관심이 없으면 안 보면 되는데 이상하다 싶었죠. 나 말고도 혼자 살기를 전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나만 이럴까 싶고요."
그에게 "그래서 답을 찾았냐"고 하니, "기사화된 걸 보며 깨달은 게 있다"며 "예쁘지 않아서인 거 같다"는 답을 내놓았다.
"전 직장도 없고, 서울에도 안 살고,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예쁘지도 않아요. 사람들이 선망하고 '이 정도는 돼야 행복할 수 있어' 하는 것들에 충족되는 게 없는데, 제가 '행복하다'고 하니까 그 부분에서 화가 난 게 아닌가 싶어요. 차라리 제가 '슬프다'고 하면 동정받았을 텐데, '너무 행복하다'고 하니, 반감이 든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사진=신아로미 제공


단단한 내면의 소유자이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피드백에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니다. 신아로미는 "일상의 루틴을 지켰다"면서 힘들었던 시간을 견뎌낸 비법을 전했다. 매일 요가를 가고, 좋은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긍정적인 사고를 이어가는 것. 신아로미는 "악플이 달리면 그걸 막아주기 위해 선플도 많이 달린다"며 "크리에이터로서 관심을 안 받는 게 더 슬프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정상에서 바람이 더 많이 분다고 위로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면서 위로가 됐던 말들을 전했다.
그러면서 혼자 사는 삶을 즐기는 건 "혼자만 잘 살겠다가 아니라, 혼자 잘 살고 주변 사람들도 챙긴다는 의미"라며 "나 자신을 알아야 상대방도 존중한다.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살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아로미는 혼자 여행을 떠나서도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그의 집에 각국에서 만난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지내기도 한다. 신아로미는 "짧은 영상만 보고 저보고 공격적이고, 센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오해를 풀고 싶은데, 풀리지 않아 이제는 조금 포기한 상태"라며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좋아하는 것, 즐길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온 그가 새롭게 관심이 생긴 분야는 싱잉볼이라고 했다. 싱잉볼은 요가나 명상할 때 사용하는 청아한 종소리가 나는 명상종이다. 티베트에서는 다양한 소리가 나는 싱잉볼을 여럿 사용해 연주하기도 한다.
신아로미는 "무언가를 시작할 땐 가벼운 마음으로 한다"며 "요가를 시작할 때도 시골에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니, '일단 옷이라도 갈아입자', '운전을 해보자', '사람 구경만 하자' 이렇게 작게 작게 목표를 잡고 했더니 계속 하게 되고, 하다 보니 잘하게 돼 더 재밌어지더라"고 나름의 몰입 비법을 전했다.
싱잉볼 뿐 아니라 "두 번째 책도 기획은 다 됐다"고 전해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사실 이 책을 쓰다가 멈춘 건데, 이제 어떻게 써야 할지 방향성이 명확해진 거 같아요. 이것도 제 얘기에요. 첫 책이 결혼과 혼자 사는 삶에 초점을 맞췄다면, 두 번째 책은 인생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려고 해요. 주변 분들은 '두 번째 책이 한국에선 더 많이 팔릴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글로벌 주제'라고 해주시고요. 솔직히 첫 책은 주제가 너무 뾰족해서 잘 팔릴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하루 정도 온라인 판매 1위한 걸 보고 '다행이다' 싶었죠. 반면 두 번째 책은 보다 많은 사람이 편하게 읽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다만 완고는 아직 모르겠어요. (웃음)"
혼자서도 잘 살아온 그의 인생에서 계약금 1억원은 큰 부분이 아니었다. "선인세 1억원은 크고 의미 있고 상징적인 금액이지만, 제가 돈이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 "제가 돈을 못 벌진 않는다"면서 마지막까지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제가 맨날 텃밭 가꾸고, 운동복만 입고 다니고, 가방도 안 들고 해서 사람들이 제가 돈을 잘 버는지 잘 모르더라고요.(웃음) 그런데 못 벌었을 때와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내가 부자가 되면 뭘 하고 살까' 생각해봤는데, 지금과 같아요. 여행 다니면서 요가하고, 영상 찍고 편집하고, 책 쓰고. 100억을 벌면 뭐 하겠어요, 어차피 요가 하러 갈 건데.(웃음) 그때부터 '얼마를 버냐'는 중요해지지 않은 거 같아요. 많이 벌고 싶고, 많이 벌면 좋지만, 지금이 딱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거든요. 앞으로도 이렇게 살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