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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물살은 평생 일군 삶의 터전을 폐허로 만들었고 소중한 생명마저 앗아갔습니다.
비가 그친 이후 드러난 수해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역대급 물폭탄에 산청은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비는 멈췄지만 무너진 벽 너머 따뜻한 보금자리였던 공간엔 토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갑자기 덮친 산사태와 침수로 13명이 목숨을 잃었고 한 명의 주민은 여전히 실종 상태입니다.
끊겼던 전기는 모두 복구됐지만 도로와 하천은 여전히 복구 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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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에서 급수마저 제한된 일부 마을은 오늘도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산청군 신안면의 또 다른 마을.
이번 폭우에 산청에서는 200여 헥타르에 달하는 농경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청년 농업인 유창윤 씨의 마음은 갈라진 흙바닥처럼 메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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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비닐하우스는 제방을 뚫고 들이닥친 물살에 성한 곳 없이 무너졌고 애써 키운 딸기 모종도 모두 떠내려갔습니다.
[유창윤/산청군 딸기 농장 운영 : "맨 처음에 작업하다가 멋모르고 작업하다가 발목이 잠기고 종아리까지 차서 아, 이제 일이 안 되겠구나 싶어서 올라갔는데 올라가던 찰나에 갑자기 진짜 둑이 터지면서 급류가 오면서 이제 강물이 유슬롯
입되는 순간 다 쓸고 간 거예요."]
같은 피해를 입은 아버지도 참담한 마음을 숨기지 못합니다.
[유경원/산청군 딸기 농장 운영 : "정말 빚에서 시작해 빚으로 남아 있는 건데 이걸 어떻게 회생할 거냐…. 그냥 한마디로 참담하다. 나는 이제 어쩌지. 어떻게 살지. 참담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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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빠른 수해복구를 위해 산청에서는 4,300여 대의 장비와 2만 4,0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폭염 속에서도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힘을 보태고 생필품 지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곽도현/한국농어촌공사 경북본부 : "현장 와 보니까 피해가 큰데 아무래도 상심이 많으실 것 같고 작은 도움이지만 이런 알라딘꽁머니
게 모여서 하루빨리 좀 많이 회복됐으면 좋겠습니다."]
복구 작업은 멈추지 않고 있지만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유창윤/산청군 딸기 농장 운영 : "가장으로서는 이제 책임감이 있는데 그 책임감을 다 못할까봐 두렵기도 하고 진짜 뭐 애들 갓난아기 둘 보면 눈물밖에 안 나오고 계속 지금 우울한 감이 좀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가면 갈수록 더 뭔가 답이 없는 것 같고 이제 조금 현실이 다가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락형/산청군 딸기 농장 운영 : "우리 지역민들 전체가 말을 조금 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걸음을 걸어도 발걸음이 어디 떠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지금 그런 실정에 있습니다."]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대피소 인근에선 이재민들을 위한 심리상담 지원에 나섰습니다.
[이순미/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 간호사 : "제가 오늘 상담을 해 보니까 처음에 폭우가 많이 쏟아졌을 때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놀랐다고 그렇게 이제 호소를 많이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폭우가 많이 쏟아지면서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심리 상담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보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모든 아픔을 지을 수는 없지만, 마음을 보듬는 위로의 손길이 일상의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급식소로 변한 산청읍 행정복지센터.
이재민과 자원봉사자들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하루 세끼의 식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강종권/구세군 경남지방장관 : "'우리가 뉴스로 보는 것 이상으로 심각했었어요.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우리가 어떻게 해서라도 도움이 돼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폭염 속에서도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교대로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산청에서는 삶의 터전을 되찾기 위한 힘겨운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이들이 묵묵히, 이곳에 전하는 건 함께 살아나가자는 다정한 연대의 마음입니다.
[유락형/산청군 딸기 농장 운영 : "자원봉사자 많이 오셔서 고생을 하고 있죠. 그 사람들 아니면 우리는 고스란히 죽는 판이죠. 참 고마운 마음에서 눈물밖에 안 납니다."]
[김해옥/경남여성리더봉사단 총회장 : "완전히 복구가 될 때까지 또 몇 년이 걸리겠지만 열심히 또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용기를 꼭 냈으면 좋겠습니다."]
폭우가 지나간 자리, 그곳에는 다시 함께 살아가자는 마음이 산청을 다시 일으키고 있습니다.
구성:정현정/촬영·편집:한동민/내레이션:방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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