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봐봐, 이래도 악이 평범한가?(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둘째, 아이히만은 하나의 상징이었다. 스스로 상징성을 계속 부여하며 얼마나 지독하게 나치 신념을 유지하며 철저하게 유대인들을 학살했는지, 나아가 예루살렘 법정에서 얼마나 거짓말을 능숙하게 하며 많은 이들을 기만했는지 알 수 있다.<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은예루살렘 법원에 서기 전 아이히만의 생을 쫓는다. 잊힌 논문, 잃어버린 인터뷰, 묻힌 증거로 가득한 연구들을 모두 찾아내 정리했으며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연구에 대한 반박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2장 막간극자기 과시, 탁월한 이미지 메이커, 자신의 지위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처럼 몸짓을 부풀리기, 뻔뻔스러운 거짓말과 당당함, 유대인의 차르,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신비함, 여론 조작까지. 어딜 봐서 이것이 '평범한' 인간인가?후반부는 아이히만이 망명지 아르헨티나에서 가졌던 대담의 녹음테이프를 해독하고 정리했으며, 법정에서 했던 진술들과 그가 썼던 책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4장 이른바 사선 인터뷰하지만 아르헨티나에 정착해서는 자신을 숨기지 않았다. 이름과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강했기 때문이고, 유대인 1,030만 명이 아니라 600만 명밖에 죽이지 못한 것이 통탄스러웠기 때문이다.언론인 사선과 나눈 서클에서의 대화는 모두 녹취되었고, 아이히만은 계속해서 자신이 했던 일들을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유대인 학살은 독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역사적인 정책이며 자신만큼 위대한 경력자가 없으며, 자신의 '창의적인 업무'에 대해 떠벌렸다.1장 “제 이름은 상징이 됐죠”아이히만은 이미 성공한 유명한 장교이자 권력자였다. 유대인들도 이미 아이히만의 이름을 잘 알고 있었으며, 유대인을 학살하기 이전에 이미 유대인들을 다른 나라로 강제 이민시키는 책임자였고, 강제노동수용소 건설 같은 실험도 허가받았다.혁신을 시도하는 아이히만에게 매우 만족한 나치는 그에게 더욱 많은 권직과 권력을 안겨주었고 아이히만 스스로도 자신의 권위를 만족하며 계속해서 몸을 부풀렸다.첫째, 악은 단순히 무사유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인 사유 과정을 통해 생겨났다. 결핍이 낳은 도덕 불감증의 문제로 볼 수 없다.악은 비범하다그러한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마 거주지가 들킬까 봐 또 다른 브로커들을 통해 이주한 모양이다. 또 다른 이름으로 어떤 나라에서는 양계장 주인이기도 했고, 삼림감시원이기도 했으며 벤츠 노동자이기도 했다. 참 성실히도 살았다. 어딜 가나 안정된 직장과 특유의 온화한 이미지메이킹으로 떨어져 살던 아내와 아이들과도 재회하여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며 살았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끝나게 두지 않았다.아이히만은 계속해서 자신이 희생양, 기어의 작은 톱니바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의 거짓말로 자신의 범죄를 축소하며 그저 하찮고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책의 내용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두 가지 중점을 두고 따라가는 것이 좋다. 사실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이 두 가지 관점만 알아도 좋다.악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무엇보다 많은 가면을 쓰고 스스로를 위장하며 과시하는 사람의 심연에는 어떤 광기를 지니고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7장 막후극악의 평범성에 관한 의문이 이 책을 읽고 어느 정도는 해소된 것 같다.어후 무거워3장 아르헨티나의 아이히만전원생활에 만족할 리 없던 그가 점점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며 극우 언론인, 출판사 등을 만나기 시작했고 그들과 함께 했던 인터뷰나 대담 녹음 파일, 나아가 자신이 쓴 책과 사설 등까지 주요 자료들이 여기서 쏟아져 나온다.아이히만의 생애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말과 자기 과시, 허풍으로 점칠 되어 있다. 그리고 그는 그 거짓말을 진실이라 믿었다. 자신의 지위와 위장 능력으로 모든 것을 조작하고 자기 자신을 추앙했으며 어설픈 지식으로나마 계속해서 타인을 조정하고 지배하려는 욕구를 분출했다.6장 역할 변경타인을 통제하고 조종하려는 비뚤어진 인정 욕구는 어떻게든 드러나게 되어 있다. 조용한 전원생활로 삶을 평화롭게 마무리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자랑하고 인정받아야만 했다. 그렇게스스로를 하나의 상징으로 만들었던, 스스로에게 큰 업적이자 훈장이었던 위장술을 뚫게 만든 것은 확연한 인정 욕구였다.주의해야 하는 점은 한나 아렌트를 결코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비난하려는 책이 아니다. 한나 아렌트가 놓친 것은 아이히만이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이다. 악은, 결코 한순간에 생겨난 것도 아니며 평범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어떤 인간인지를 알지 못했다.그러나 이미 당시 모든 유대인, 미국인, 독일인들은 '아이히만'이라는 악명 높은 그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너 나치 관료 중 한 명이었고 네가 위에서 받은 명령 내려서 많은 사람을 죽인 거지?"라고 뿅 튀어나온 무명의 사람이 아니었다는 말이다.오늘 소개할 책은 진짜 흉기로 써도 무방한 벽돌책,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이다. 864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책이지만, 약 800페이지 넘게 화가 잔뜩 난 저자의 엄청난 아카이브가 휘몰아치기 때문에 독일 인물들의 이름이 너무 어려운 것만 빼면 아주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데 이만큼 정확하고 상세한 자료가 더 있을까.작년 조나단 글래이저 감독의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보면서 상당히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나치, 홀로코스트 관련된 영화나 소설, 책 등은 많이 보았지만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뭐랄까, 기존의 다른 매체와는 또 다른 주제를 나의 내면에서 긁었다.일단 저자가 화가 아주 많이 나있다.아이히만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악의 평범성', 시키는 대로 했으며 나는 일종의 사회의 톱니바퀴였을 뿐이라는 이 뻔뻔한 태도에 질릴 대로 질려 있다. 이러한 말 같지도 않은 가증스러움을 조져버리겠다는 일관된 태도 하나로 엄청난 아카이브를 수집하고 정리했다. 이런 게 바로 저널리스트지. 리스펙.책의 전반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아이히만의 모습과 전후의 도주생활을 조명한다. 신분증 위조, 여러 개의 가명, 도주 경로에 대한 거짓말 흘리기 작전 등으로 도피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다.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를 둘러싼 논쟁에서 더 극단적으로 나타났다.비뚤어진 인정 욕구p.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