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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0일 국세청은 주세사무처리 규정 개정안을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전통 발효주 등 일부 주종에만 허용되던 소규모 주류제조면허가 위스키, 브랜디, 증류식 소주로까지 확대되었다. 한때 단계적인 관계법 완화로 국산 크래프트 맥주 붐이 일었던 것처럼 이제 한글 이름이 붙은 고급 위스키가 세상에 나올지도 모르겠다. K브랜드의 세계화로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 전통주 시장도 날개를 달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에는 왜 한국만 유독 주류 제조에 관한 규제가 심했으며, 이제 와서 완화하는 이유는 뭘까.
정책은 언제나 복합적인 이유로 제안되고 시행되지만 이번 주류제조면허 완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하나다. 바로 사람들이 전처럼 술을 마시지 손익형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사저널 임준선


청년세대 "술 마시는 건 힙하지 않아"
우리의 주류제조면허 완화는 다른 주요 국가들보다 10년 이상 늦었다. 한국에서 2011년 이전 기준 연간 100만 리터 생 한국고용정보원 산 가능 업장에만 허가를 내주었던 것은 대기업만 술을 만들어 팔라는 의미였다. 이는 세금 징수의 효율성이라는 면에서 설명돼 왔다. 그러나 주류 규제에서 세금만큼 중요한 이유는 사회의 안정이다. 누구나 술을 빚어 팔라고 하기에는 이 나라 사람들이 술을 너무 많이 마셔댔다. 최근 알코올 함량이 높은 증류주 제조까지 규제 완화의 폭을 넓힌 건 이제 웬만큼 내버려 농협 대학생 대출 둬도 사람들이 술을 마시지 않는 별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전후에 성년을 넘긴 이들에게 술은 더 이상 어른이 되면 배워야 할 '사회적인 음료'가 아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7월20일 뉴욕포스트 기사가 인용한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는 술 대신 라테, 무알코올 칵테일, 건강 음료 등을 선택 비씨카드사 한다고 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3월6일자)는 베이비붐 세대는 여전하지만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술을 덜 마시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술에 관대한 우리 사회에서도 주류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 최근 Z세대의 음주 비율이 2년 전에 비해 7%나 상승해 73%가 되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이것이 주류 업계에 희소식이라는 풀이도 있지 담보대출한도 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 통계에는 허점이 있다. 73%가 '그렇다'고 응답한 조사의 질문은 '근래 6개월 이내에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가?'였다. 그들이 얼마만큼 마시는가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확실히 요즘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처럼 술을 '퍼마시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요즘 젊은이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걸까.
필자는 최근 그들에게 이 질문을 했다가 다소 충격적인 대답을 들었다. "술 마시는 건 힙하지 않으니까요." '힙(Hip)하다'는 건 트렌디하고 세련된 감각을 가진 상태를 표현하는 신조어다. 그러니까 이제 젊은 세대는 술 마시는 행위 자체가 멋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느낀다는 의미다.
이 대화가 오가기 전에는 필자도 술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이유를 건강 트렌드에서만 찾았다. 개인의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젊은이들도 건강을 챙겨 술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다른 지표들을 보면 현재의 젊은이들이 전보다 크게 건강을 챙기는 것 같지는 않다. 생활습관병과 관계가 깊은 비만율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20대, 30대 남성은 거의 절반이 비만이다(국민건강영양조사 2019~21년).
이제 술이 가지는 사회적 함의가 달라졌다. 73%의 Z세대가 마신다고 대답한 술은 거한 안주에 빈 술병을 쌓아가며 마시던 그 술이 아니다.
얼마 전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외국인 학생과 대화를 하다 자신도 친구들과 모여 소주를 마시곤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쓴 소주를 한국에서처럼 고기를 구워 반주로 곁들이는 건가 했다가 '야쿠르트(요거트가 아니라 야쿠르트다)'와 같이 섞어 마신다는 말을 듣고 혼란스러웠다. 과일소주의 유행을 경험했고 소맥은 여전히 자주 접하지만 그런 조합은 생소했다. 이 의문은 SNS에서 'SojuYakult'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해 보면서 풀렸다. 한글로 된 상품명이 선명한 소주와 얼음, 탄산수, '야쿠르트'를 유리잔에 순서대로 채우고는 라임 등의 장식으로 마무리하는 조제 영상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비중이 다른 액체가 쌓이면서 층이 만들어지는 그 예쁘고 달콤한 음료가 그들이 마셨다던 소주의 이미지였다.
주류시장이 전체적으로 기울거나 정체되어 있는 상태에서 위스키 같은 증류주 수요만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국세청이 증류주 제조면허 관련 규제를 완화한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있다. 세계적인 저성장으로 젊은이들이 더 가난해진 것도 한 이유다. 함께 모여 비싼 안주와 맥주, 소주를 주문해 차려 먹는 것보다 위스키 한 샷이 들어간 만원짜리 칵테일 한 잔을 앞에 두고 대화하는 게 더 경제적이다.
과거 사회에선 술 잘 마시는 게 큰 장점이기도
이제 술을 마시는 건 중년들뿐이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 술을 잘 마시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술을 '배우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였고,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다는 건 능력과 사회성을 인정받는 일이기도 했다. 술을 마시면 각종 쾌락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함께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전쟁과 기근 때문에 집단으로 생존해야 했던 시대에서 곧바로 고도성장 시대로 건너온 한국인들의 무기는 '무조건적인 연대'였다. 술은 당시 시스템이 닿지 않는 빈 부분을 관계를 통해 메우는 수단이었다. 일이 되어 나가는 것은 언제나 사람을 통해서이고 그 사람을 움직이는 필수 과정이 술자리일 때가 너무나 많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술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것은 기호가 아니라 결손이었다.
이런 공식에 익숙해져 있는 현재의 중년들에게 술은 여전히 연결의 도구로 남아있다. 마냥 어렵기만 한 MZ 동료들에게 술을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스스로 연결의 감정이 필요할 때 술을 찾게 되곤 한다. 종종 술을 마시지 않으면 전혀 대화를 하지 못하거나 주량을 자랑하는 이들을 보곤 하는데, 이건 참 유해하고도 슬픈 일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하루에 와인 한 잔 정도는 장수의 비결이라든가 적당한 음주는 혈액순환을 도와주어 건강에 좋다라든가 하는 건강 정보가 상식이었다. 그러나 의사들이 권하는 음주량이 점점 줄어들더니 최근에는 적정 음주량이 0잔이며 아무리 적은 술도 독이 된다는 주장이 대세다. 어느 모로나 이제 '술 권하는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연결에 대한 결핍을 느낄 때마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사회적 도구에 대한 향수로 술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결에 대한 갈증으로 술을 찾을수록 고립이 깊어진다는 걸 깨닫고 나면 술을 바라보는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남인숙 작가